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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님과의 대화

    2013 밝은 등불과도 같은 등명 스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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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장혜린
    댓글 1건 조회 16,966회 작성일 13-08-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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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
    평소보다 이른 새벽부터 잠이 깼습니다.
    도시의 아침을 알리는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그 자동차들이 내는 경적소리, 빌딩이 가동되는 소리에 잠이 깨었지만
    저는 여전히 눈을 감고 선암사의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이름 모를 새들과 풀벌레들이 재잘대는 소리,
    바람의 소리, 숲의 소리, 하늘의 소리,
    몸과 마음을 두드리는 법고소리,
    곱게 모은 두 손, 두발로 몸을 굽히는 스님들의 침묵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주말 8/16() - 8/18() 23일 체험형 템플 스테이에 참가했던 (?)처녀 장혜린입니다.^^
    어제 오전 만다라 명상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다 마치고 대방으로 걸어가던 길에서 스님을 뵈었지요.
    단체 사진 찍으실 때 마다 일촬에 일컷!을 말씀하시던 스님을 모시고, 한 포즈에 세 컷씩이나 찍으며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곧 짐을 싸서 서울로 돌아갈 것이고, 지금이 스님과 헤어지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풀잎에 몸이 베인 것 같은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스님, 갑자기 슬퍼요..ㅠㅠ"라고 했더니
    "그래서 34일 안하는 거야.."라며 센스 있는 답변을 하시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돌아오는 버스 위에서도, 편지를 쓰는 이 순간에도 '그 또한 지나간 것이니..(허허)' 하시며 웃으실 스님의 모습이 떠올라 저도 같이 웃음이 납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긴 여운을 주신 스님과 선암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불교의 역사, 사찰 문화, 부처님의 가르침 등을 잘 이해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이번 선암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미약하게나마 부처님의 가르침이 마음에 와 닿았고, 무엇보다 불교나 절에 대한 거리감은 완전히 사라진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해주셨던 주옥같은 말씀, 농담하듯 던져주시던 귀한 가르침들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겠습니다.
    또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바꾸는 힘과 열정도 키워나가겠습니다.
     
    간간이 휴대폰에 메모해두었던 스님의 말씀을 다시 읽어보고 이렇게 편지를 쓰는 동안 하늘은 옷을 갈아입었네요.
     
    고요하고 아름다웠던 선암사의 아침 풍경, 편백나무 숲의 향기,
    지금껏 마셔보았던 그 어떤 차보다 감미로웠던 선암사의 차 맛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장혜린 드림
     
    p.s: 순천이 제2의 고향이라고 말씀드렸던 이유
     
    작년에 집안 일로 인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순천에 2주 정도 머물렀던 적이 있는 데크게 할 일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 가까운 시내에 있다는 봉화산에 이틀 연속 올라갔던 적이 있어요. 늦은 오후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혼자라 대화상대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말없이 산을 오르고 내리고 걷다가 쉬기만을 반복했는데어느 순간 마주한 푸르름을 보면서 또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형언할 수 없는 평온을 느꼈어요.
     
    처음엔 '내가 이 낯선 순천에서 왜 이러구 있어야 하나싶었는데시간이 흐를수록 식당에서 마주치는 아주머니들, 지나가던 아이들에게서 들려오는 사투리도 정겹고 이곳이 내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면서 '내가 지금껏 살아왔던 서울만이 내 집인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어떤 경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그 느낌이 하도 오묘해서 이 곳 또한 내 고향으로 삼아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 이후, 운명에 따른 것인지 애정을 품었던 생각이 인연을 낳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사십 평생 남도 어디쯤에 붙어있는 지도 알지 못했던 순천땅에 자꾸만 올 일이 생기네요.^^ 이제 그 순천에 등명스님이 계신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한결 더 그리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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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명님의 댓글

    등명 작성일

    오 ~ 혜린이구나 . 그동안 잘 지냈느냐.
    헌데 어느 사이에 이런 멋진 사진을 찍었을까 ?
    백일홍 보다는 배롱나무라는 말에 반색하더니 너의 영적 세계마저 활짝 피었구나.
    나는 너희를 보내고 나서 한 숨 돌릴 여유도 없었단다.
    월요일 부터 시작한 삼 박 사 일 프로그램에 매달려야했기 때문이란다.
    매달려서 미소 짓고 사랑하고 감사하는게 인생이란다.

    너는 그 사이에 도시의 소리가 낯설기라도 하였더란말이냐.
    일찍 잠에서 깨었으면서도 눈을 감고 선암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니..
    선암사가 무슨 자장가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 . ㅋㅋ
    하긴 그렇기도하겠다.
    어디 그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가 있을까 .
    허나 그리움도 지나치면 취기가 있으니 그만 털고 일어나거라. ㅎㅎ

    코알라가 유칼립투스나무에만 매달려 있는 내력을 아느냐 ?
    그 녀석은 언제나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고 그 성분에 취해 있기 때문이란다.
    자신을 망각하고 꿈만 꾸는 코알라..
    허나 인간은 꿈의 세계로 부터 내려온다고 하지 않더냐.
    혹시 내려오지 않고 있는 너의 침대가 유칼립투스나무 침대는 아니겠지 ? ㅋㅋ 미안미안
    오해하지 말아라. 너의 행복 세로토닌을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
    나는 보았지. 너에 긍정적인 자세를..
    너에게 유익한게 무었인지를 아는 너의 그런 태도야말로 너가 너 자신에게 올리는 진정한 공양이
    아니겠느냐. 나는 너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단다.
    진정한 스승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이제 함께했던 반연들도 모두 떠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너에게 부탁하노니..
    현실은 엄연한 것. 조고각하(照顧脚下)라 다만 발 밑을 보거라.
    예리한 풀잎도 베인 상처도 모두 새 살을 돋게하기 위해 흘리는 너의 선혈인 것을..

    順天者는 흥하고 逆天者는 망하노니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말고,
    부디 순천을 사랑하고 순천하거라. ㅋㅋ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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