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스님 저 수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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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4m 조계산 정상 장군~봉!
눈발은 사선으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아이들은 피할 곳도 없었고 피할 수도 없었다.
자비심도 없고 연민도 없는 정상에서 온기를 향한 그들의 몸부림은 필사적이었지.
山은 마치 우리를 뭘로 알고 이곳까지 왔냐는 듯 눈보라를 뿌리며 사납게 꾸짖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날의 정상은 조계산의 안나푸르나였다.
강시가나도록 추운 겨울 날은 오히려 근성이 살아나는 것일까.
동도 트지 않은 새벽녘에 찾아와 꽁꽁 얼어 붙은 조계산을 오르자고 조르던 너.
위험해서 안된다고 조르던 나!
결국은 너에 고집에 14명을 이끌고 비장한 각오로 길을 나서지 않았더냐.
풋~너에 글을 읽고 있노라니 문득 구르고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설산을 헤매던 그때가 생각나는구나.
수연아!
많이 힘드니? 너가 그렇게 힘들어하는데 나는 도데체 무얼하고 있는지..
아무런 도움도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허나 너무 자책말아라. 세상에 애석하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니!
잠깐 인연따라 왔다가 인연따라 돌아가는 인생이란 본디 그러한 것을..
그러기에 불가에서는 무릇 있는바 相은 모두가 허망한 것이라고 하지않더냐.
세월의 발톱이 비록 날카롭다고는 하나 보이지 않은 영적 세계는 할퀴고 지나가지 못하기에
우리는 흔히 마음만은 이팔 청춘이라 하는 것이란다.
우리가 흔히 인생사를 자동차에 비유하는 이유도 그러한 연유 때문이 아니겠느냐.
자동차가 낡으면 새 차로 갈아 타 듯이 그렇게 떠나가는 것을..
죽음이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과정이기에 큰 아빠는 새 몸을 부여 받기위하여 가신거란다.
이제는 큰 아빠를 고이 보내드리고 큰 아빠의 죽음을 계기로 너 또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구나.
그것이 먼저 가신 큰 아빠에 대한 진정한 효도가 아니겠느냐.
효도란 죽은 자에게 하는 것이 아니요 산 자에게 하는 것임을 부디 잊지 말아라.
언제나 건강하거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