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7-01 13:42
비내리는 대청마루에 앉아
 글쓴이 : 홍춘기
조회 : 8,273  
지난 주말 선암사를 찾았던 가족입니다. 고작 하루 반나절을 묵고 오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사찰이 주는 고즈넉함과 숲이 주는 좋은 기운을 담뿍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날씨는 가물어 온 대지가 타들어가는 듯 한데 선암사 올라가는 계곡엔 그래도 맑은 물이 흐르더군요.
쭉쭉 벋은 편백나무숲에서 전해지는 피톤치드 향을 온 몸으로 들이마셨습니다.
도시에서 살다보면 도시의 공기와 이곳의 공기가 얼마나 다른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지요.
한지를 바른 아무것도 없는 작은 방에 짐을 풀고 법고를 들으러 갔지요.
산사에서 울려퍼지는 북소리는 경건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예불시간- 저희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절에 가면 예불을 꼭 참석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지, 얼마나 보잘 것없는지 예불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낍니다.
나를 낮추고 절을 하는 그 시간만큼은 한없이 작아지는 내 자신을 느낍니다.
 
등명스님과의 차담시간- 1시간 반동안 등명스님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정말 좋은 말씁을 많이 들었습니다.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말씀은
우리에게는 내일이 없다, 다만 오늘만 있을 뿐이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고
저녁때 오늘 하루 참 잘살았구나 하고 만족하면서 잠자리에 들어라. 어느 순간
쑥 자라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런 요지의 말씀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산사에도 여러 소리가 들렸습니다.
밤새 새소리도 들리고 물소리도 들리고 바람에 스치는 잎사귀소리도 들렸습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터라 밤새 엄청 뒤척이며 이런 소리들을 들었습니다.
결국 새벽예불때까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며칠 이런 산사에 있으면 잠자는 연습도 될터인데 아직은 도시의 어줍잖은 때가 묻어있는 듯합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대청마루에 앉아있는데 반가운 비가 내립니다.
비가 숲에서부터 앞마당까지 반가운 손님처럼 다가옵니다.
템플스테이하며 인사를 한 옆방에 아들과 함께 온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내 이야기도 하고 그 분의 이야기도 듣습니다.
세상살이는 늘 그렇듯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사실 힘겹습니다.
하지만 늘 집착을 버리고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가 와서 안가려고 했지만 결국 우산을 쓰고 편백나무숲으로 향합니다.
나무의 높이가 너무 높아 하늘 꼭대기에 이파리가 까마득합니다.
일제시대 일본사람들이 씨를 가져다 뿌렸다는데 편백나무 군락지가 되어 있습니다.
구불구불 자라는 소나무와 달리 쭉쭉 벋은 키큰 나무가 우리민족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듯하지만 시원한 느낌은 줍니다.
스님의 말씀 중 이곳은 비보사찰이란 말씀이 인상깊었습니다.
풍수지리적으로 좋지 않은 땅에 절을 지어 좋은 기운으로 바꾼다?
하지만 저는 속으로 좋지 않은 땅의 기준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좋고 좋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렇게 와서 보니 선암사는
정말 좋은 절인 것을요.
아무튼 하루를 쉬어가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회사일로 공부로 머리가 터져나갈 지경인
가족들이 맘과 몸을 쉬어가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계산선암… 12-07-06 08:05
 
체험후기 잘 보았습니다~ 다만 일부 수정할 부분이 있군요. 편백나무 군락은 일본사람들에 의한 것이 아나고 일제시대 우리의 선조사님들이 일본에 유학을 다녀오면서 씨앗을 가져다 파종한 것입니다^^ 또한 좋은 땅 나쁜 땅의 기준은 불법(佛法)이 아니고, 도참사상과 밀교사상을 혼합하여 만든 풍수학에 의한 것이지요~

자신을 돌아본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하시니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축원드립니다~
 
 

Total 148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28 겨울 속에 봄이 함께하나 봅니다. (1) 김은주 02-04 8366
27 준 것도 받은 것도 없습니다. (1) 김은주 02-04 8329
26 스님 저 수연이에요~ (1) 수연 01-19 8364
25 감사합니다. (1) 이상준 01-13 7695
24 스님~♥ 박선미 12-30 7948
23 집착을 버리고..(자신에게 쓰는 편지) 박정애 12-15 8315
22 나를 찾아 떠나온 이 여행(자신에게 쓰는 편… 박은숙 12-15 8071
21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라. (5) 김선희 12-15 9177
20 스님은 뉘신지요? (1) 김순자 12-08 9921
19 비오는새벽 선암사 송선희 12-03 10064
18 "자신에게 쓰는 편지" 구자인 11-30 7813
17 "자신에게 쓰는 편지" 조계산선암… 11-25 7656
16 "자신에게 쓰는 편지" 조계산선암… 10-25 11317
15 정말 소중한 시간 이였습니다 임종만 09-16 7950
14 소중했던 시간들 아로마 08-16 8034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