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8-16 17:47
소중했던 시간들
 글쓴이 : 아로마
조회 : 7,129  
육십고개를 향해 쉬임없이 내닫고 있다
때로는 바쁘게,
때로는 정신없이..
어느 날 문득 잠시라도 모든걸 뒤로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어렵게 마음과 용기를 내어 템플스테이를 신청했다.
오로지 나 혼자 가기로..
이미 한 달 전에..
8월 6일..
서울에서 첫차를 타고 순천까지 가서 다시 택시로 선암사까지..
유난히도 더운 올 여름 택시를 타고 들어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종무소에 들러 방 배정을 받고..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다음 같은 방을 쓰게될 분이 도착..
간단히 서로 소개..
전주에서 오신 참한 정선생님..
저녁예불을 시작으로 나름 절집 생활이 시작되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하는..
새벽예불을 마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먼동이 트고..
백팔배와 염주 만들기..
연등 만들기..
편백나무 숲 산책..
발우공양 (두번이나 했음)
우린 거기서 거의 모두 노래를 불렀었다..
등명스님도 한 곡..  숨어우는 바람소리
함께하는 이들과 조금 더 가까와진 기분..
계곡물에 발 담그고 겁없는 물고기들이 발가락사이를 오가고..
저녁 공양시간이 끝나고 정샘과 매표소까지 산책..
오가는 이 별로 없는 해질녘 산속숲길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또 걷고..
그리고 참으로 기이한 일몰 모습에 흥분하기도 하고..
3박4일이 금방 그렇게 가버리고
아침공양후 가졌던 다담회시간..
연령대도 다양하고 하는일들도 다양하고..
돌아가면서 느낌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얘기가 끝날때마다 곁들여 주시던 스님 말씀에 공감하고 또 공감하고..
나 아닌 상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인정해주는 그런 귀한 시간이었다.
스물한살의 청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스물한살의 무용하는 여학생은 또한 어떤 마음인지..
제자들과의 관계에 고민하고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마음..
그렇게 며칠을 함께 지내던 이들이 모두 떠나고..
정샘..
어느새 정이들어 헤어지는데 마치 동생을 보내는 그런 기분이다
 
난 이틀을 더 연장했다.
새벽예불이 끝나고 모두 들어가 아무도 없는 대웅전..
내가 만든 백팔염주들 들고 혼자서 백팔배를 한다.
그 시간만큼은 정말 경건하고 진실함이다.
서서히 새벽이 밝아오고..
혼자 덩그마니 남아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샘이랑도 그런얘길 했었다)
툇마루에 앉아 비내리는 풍경을 상상.
오후에 정말 잠깐이지만 그렇게 비가 내렸다.(정샘에게 전화하고 싶어졌지만..)
뒹굴뒹굴..책 한권을 사서 다 읽었다 (집착을 버리면 행복이 보인다)
저녁 공양후 몇몇 새로온 분들과 등명스님과의 차담시간..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혼자여서 저 적막하고 고요했지만 암흑의 밤은 어쩌면
환한 대낮보다 더 마음에 빛을 발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집으로 갈 시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새벽 그 길을 나서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아직 동이 트지 않은 비 오는 새벽 산길을 걸어 보았는가..
무섭기보단 설레고 흥분되고..
나 스스로가 멋있단 생각을 했다..^^
비에 젖은 승선교를 한참이나 서서 바라 보다가
안개 자욱한 산자락과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다가..
난 그렇게 선암사를 떠나고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 여러 사람들 얼굴이 어른거린다
스님, 정샘, 선생님부부, 무용하는 이쁜딸래미들, 스물한살 청년들.
창녕에서 오신분들. 재태크강의해주신 분......그외..
좋은 인연의 시간을 만들고 이제 일상복귀..
 
나를 기다렸다는듯이 오자 마자 또 임종, 또 임종.
그 귀했던 시간은 잠시 뒤로하고
난 또 내 일에 충실하려한다.
 
함께했던 80기 여러분
늘 건강들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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