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7-28 12:18
따끔한 차 한잔을 마시며..
 글쓴이 : 조계산선암…
조회 : 64  

스님.. 이 차는 무슨 차예요?”

? 그냥 차차차란다..

차차차요? .. 왜 대중가요 있잖니.. 설운도씨가 부른 노래..

근심을 털어 놓고 다함께 차차차..

슬픔을 묻어 놓고 다함께 차차차.. ~

차차차.. 차차차.. 잊자잊자 오늘만은 미련을 버리자

울지 말고 그래 그렇게 다함께 차차차..”

 

어떠냐.. 이쯤 되면 차에도 가락이 있지 않느냐.

게송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는 부처를 조금 흉내 내는 것 같지 않느냐.

그윽한 차 한 잔에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차가 어디 있겠느냐만..

찻잔 속의 해탈.. 선암사 차는 그런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는 차란다. ㅋㅋ

 

헌데 애석하게도 너가 아직은 소문을 듣지 못한 모양이로구나.

하긴 이쪽 방면으로 귀가 열리지 않으면 잘 모를 수도 있겠지..

선암사차는 이미 세상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유명하단다.

차를 한 잔 마시면 색에 취하고 향에 취하고 맛에 취해 마치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이랄까..

아니면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이토록 허세를 부려도 괜찮은 차라고나 할까.

그래서 차가 이름값을 하느라 80g 한 통에 십오만 원 하는걸..

헌데 선암사 차 만들기 체험을 해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을 한단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고.. 너무 싸게 판다고..

그러면 나는 장사 속 같아서 많이 못 받는다고.. 그런 속이나 알아줘서 고맙다고 웃어넘긴단다.

하긴.. 솜털 같이 여린 찻잎 따랴, 아홉 번을 덖으랴, 덕석에 비비랴.. 꼬박 밤을 새워야 하는 눈푸른 수행자들의 엄숙한 손길까지..

 

.. 스님.. 설명을 듣고 보니 갑자기 차 맛이 달라요.

그렇잖아도 일반 차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모금 마시니까 그윽한 향기가 몸 전체로 퍼지는 것 같아요.

뭔가 조금은 깨끗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품위가 상승 되는 것 같기도 하고..

~ 너도 그런 기운이 느껴지느냐..

그래서 선암사차를 부끄러움을 알게 하는 차라고 해서 공부차라고도 한단다.

 

그런데 스님.. 왜 차 이름이 야생 작설차에요?

.. 선암사에서 나서 선암사에서 자란 차를 야생 작설차라고 하는데..


참으로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수보리야..” 내 이제 너를 위해 말하리라.

부처께서는 질문하는 제자를 향해 귀찮아하지 않고 언제나 이토록 지극한 예를 갖추어 말씀해 주셨는데..


야생이란 야성을 지닐 정도로 의지가 강한 나무를 가리키는 거란다.

재배하는 것이 아니고 나무 스스로 자연의 품속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간다는 의미지..

해와 달과 별과 이슬.. 그리고 천둥 번개 비바람과 뇌성벽력, 찬 서리와 매서운 눈보라가 차나무를 키우는 자양이란다.

우리가 해 주는 일은 단지 가을에 한번 잡목이나 칡넝쿨 등을 제거해 주는 작업이 전부란다.

그것도 차나무들의 요청에 의한 것도 아니고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일 뿐..

차나무는 분별심이 없어 잡목이나 칡넝쿨 등에게 자리를 내 줄지언정 결코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내치지는 않는단다.

이 얼마나 속이 깊고 자비심이 충만한 나무더냐.

작설은 봄에 올라오는 새싹의 여린 순이 참새의 혀를 닮았다는데서 유래하지..

헌데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참새의 혀를 본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작설이라는 이름 속에는 약간의 자주 빛이 도는 차의 여린 잎과 야생차라는 것 그리고 아홉 번을 덖어서 만든 수제차라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지 않겠니..

어떠니.. 참으로 해학적이면서도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물론 이 야생 작설차라는 이름이 선암사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란다.

우리나라에는 나름대로 좋은 차를 만드는 곳이 많이 있지 않겠느냐.

 

허나 본디 차는 절에서 나는 것을 으뜸이라고 할 수 있지..

부처의 무량법문은 통하지 않은 곳이 없고, 스님들의 참선에는 걸림이 없기 때문이지..

차밭에는 선의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조왕단의 부뚜막에서는 차가 무르익어 가고..

찻잎마다에는 고즈넉한 스님들의 염불소리가 깃들어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절이 있는 곳에 차가 있고 차가 있는 곳에 절이 있으며 절이 곧 차요 차가 곧 절이 아니더냐.

특히 선암사는 약사여래불이 모셔진 각황전과 무우전(無憂殿)에서 차를 만들고 있단다.

약사여래불은 모든 재액의 소멸과 중생들의 질병을 치유하시는 부처님이고 무우전은 근심걱정이 없는 깨끗한 전각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지..

이토록 선암사 차는 정토로 장엄된 도량에서 태어나다보니 차의 성품 맑고 깨끗하고 고요하단다

 

어떠냐.. 너도 선암사 차 한 잔 마시며 인의예지를 배워보지 않겠느냐.

보다 높게, 보다 깊게, 보다 멀리, 보다 푸르게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워보지 않겠느냐.

무엇보다도 차나무는 자신을 경책하기 위해 일생을 회초리로 살아가는 지조와 절개를 지녔기에 선암사 차는 형식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요 정신으로 마시는 거란다.

그윽하게 마시는 것이 아니요 따끔하게 마시는 거란다.

 

차는 언제 나고 마음은 언제 난고..

차난 후 마음인지 마음난후 차인지..

아마도 차 곧 없으면 마음 풀기 어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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